2014년 2월~8월, 떨어져있는 시간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평생에 걸쳐 사랑할 사람과 당분간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는 때의 이야기 – 남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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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이 밝았다. 사귀기 시작한지 약 2~3개월이 지나는 시점이었다. 이 기간동안 우리는 거의 매일같이 기도하고 저녁때 만나며 많은 나눔을 가졌다. 서로에 대해 많이 알아갈 수 있는 정말 필요한 시기였지만 모든게 좋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나는 계속해서 취업에 실패하고 어려움을 겪으며 나대로 힘들었고, 민경이는 눈치없고 너무나 거칠것 없는 B형 막내 남자를 만나서 이일 저일, 이말 저말에 상처입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몇주는 거의 같이 살다시피 아침저녁으로 붙어지내다 보니 조금 다투기도 하고 오해도 생겼다. 그러던 차에 결국 LA에 있는 라인으로 내가 내려오게 되고, 몇개 안되는 suit case와 세간살이를 민경이 차에 싣고 이사를 오면서 우리는 잠깐동안의 long distance relationship 의 시기를 맞게 되었다.

언제 또 아웅다웅 했냐는 듯이 떨어져 있게 되자 더욱 애틋하고 더욱 그립더라. 특히 첫 2주는 직장 적응하고 새 집 세팅하고 한다고 못보다가 첫 2주치 월급타고 나는 주말에 민경이 집으로 날라갔다. 그리고 그 주 주말에 난 미뤄왔던 약식 프로포즈를 하게된다. 사실 나의 결혼에 대한 마음은 거의 만나기 시작하면서부터 내비쳤었고 40일 기도, 민경이 부모님과의 시간들, 서로 나눴던 글이나 말들 속에서 서로의 마음은 이미 어느정도 확인이 된 상태였지만 아직 정식으로 “나랑 결혼해줄래” 라는 말을 꺼낸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또 한국과는 달리 꼭 engagement ring 으로 다이아 반지를 주면서 프로포즈 하는게 통상 common sense (한국으로 따지면 남자가 이런 저런 결혼준비를 하는 것이 여기선 그냥 약혼반지 하나로 거의 대표되는것 같다.) 인지라 남자인 나로서는 부담이 상당히 됐다. 어떻게 멋지게 프로포즈를 어디서 해야할지, 반지는 얼마나 하고 어디서 구하고 심지어는 손가락 사이즈가 뭔지. 이것저것 신경쓰다가는 말을 도저히 못꺼내겠다는 생각에 일단 반지도 없이 편지와 우리의 추억이 있는 곳에서의 저녁식사로 구색만 갖추고 말을 꺼냈다. 그래도 월급 타고 나니까 말할 용기가 더 나더라.

2014년 2월 하프문 베이에서 프로포즈 하기 직전 저녁식사!
2014년 2월 하프문 베이에서 프로포즈 하기 직전 저녁식사! – She said YES and we both cried!!

그리고 우린 한국에 계신 우리 부모님께 조만간 인사를 드린 후 날짜를 정하자며 당분간 주말 커플을 했다. 평일에는 감사노트로 서로의 삶을 나누고. 주말에는 거의 매주 주말 금요일에 샌프란으로 올라가고 일요일이면 내려오는 생활로 같이 있었다. 오히려 주중에는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주말에는 서로 더욱 애틋하게 나눌 수 있어서 더 소중했던 순간들이었다. 너무 놀라운 것은 주말에 내가 아무 에너지가 없이 그냥 잠만 잤다는 거다. 그만큼 이 기간동안 새로운 환경과 일에 적응하느라 피곤하고 지쳤었던거 같다. 정말 감사하게도 장인어른/장모님은 아직 결혼도 안한 예비사위를 주말이면 본인 집에서 머물게 해 줬고 토요일저녁이면 가족 다같이 맛있는 식사를 하며 나누고 일요일이면 얼린 밥과 국과 이것저것 싸주시며 극진히 챙겨주셨다. 이렇게 몇개월동안 그냥 장인어른네서 푹 늦잠자고 맛있는 밥 먹고 쉬다가는게 나의 주말이었다.

서로가 matured, self less individual 로서 준비하고 바로 서는 시간들. 이 기간 동안 남자로서, 예비 가장으로서 돈을 벌고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나로서는 하나의 숙제가 있었는데 그건 포르노를 끊는 거였다.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난 자라면서 정말 상당히 많고 다양한(?) 음란물을 접했고 나이 들어서도 한번씩 스트레스 받거나 머리를 비우고 싶으면 별다른 죄책감 없이 보곤 했다. 심지어는 결혼한 내 친구나 선배들도 결혼후에는 안볼거 같냐며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것 같다. 그러나 내가 존경해 마지 않았던 몰몬교 친구로부터 “산아, 정말 친구로서 이야기하는데 포르노는 독과 같아. 그건 니 뇌와 니 무의식에 스며들어거야. 그래서 잠재의식에 있다가 와이프와 성관계를 방해할거야. 이상한 환타지가 아내와의 성생활에서 충분한 만족을 못느끼게 방해할거야. 그러다가 다른 유혹에 흔들리고 외도하는 사람들 너무 많이 봤어 나. 독 이야 그거. 끊어버려. 할 수 있어. 내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라는 말을 듣고 나서 정말 끊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그간의 소장품 (?)을 모조리 지워버리고 최대한 자제해 왔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머리아픈 날이면 밤에 집에 와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군것질하고 삐뚤어 지고 싶듯 강하게 끌리는 날들이 있었다. 지금은 결혼하고 말끔히 (?) 끊은 생활을 하고 있지만 정말 방심은 금물. 이 기간동안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나로서는 쉽지않은 숙제였고 노력해왔다.

이것 말고도 우리는 같이 다양한 결혼 예비 준비를 했다. 대표적인 것들로 아래를 소개하고 싶다. 정식으로 교회나 기타 기관에서 하는 예비 학교를 듣지는 못했지만 관련 책 보고 나눈 것, 한번씩 목사님/전도사님과 상담한 것, 그리고 많은 선배 결혼한 부부들과 나누고 아래와 같은 크고 작은 공부/나눔을 한 것이 나중에 결혼생활 하는데 정말 큰 자산이 되었다.

  • Real Marriage 를 보고 나눈 것: 남자의 역할, 여자의 역할, 부부싸움 잘하는 방법, 성 문제, 부부사이 우정의 중요성, 서로의 과거를 돌아보기 같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서로의 생각 나누고 관점 정리하기 – 책도 있고 영상도 있다. 정말 추천
  • 한국 방문해서 찍은 사진들: 우린 5월달에 주말을 껴서 잠깐 한국을 방문해서 부모님께 민경이를 소개하고 11월로 결혼 날짜를 잡았다. 비오는 청계천부터 63빌딩 커피까지 소소한 데이트가 즐거웠던 시간들
  • 민경이가 써준 편지들 – 힘들때마다 너무나 큰 힘이 되준 민경이의 편지들. 여자들 명심하시라 남자들은 (적어도 저는) 강아지랑 크게 다르지 않아서 쓰다듬어 주고 세워주고 칭찬해주면 그냥 신이 나는 단순한 동물
  • 내가 바라본 우리가족 –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서 꽤 쉽지 않은 이야기까지 나누어 본 글들. 내가 잠재적으로 갖고 있는 아버지상 어머니상 남편상 아내상을 알 수 있고 나눌 수 있어서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 매일같이 쓰고 나눈 감사노트 – 전화/채팅보다 훨씬 깊이있는 대화가 가능하고 이메일보다 훨씬 consistent한 대화가 가능. 말은 안했어도 업데이트 되있으면 그게 얼마나 큰 힘이 되던지..
매일같이 쓰고 나눈 감사노트 - 채팅보다 훨씬 깊이있는 대화가 가능하고 이메일보다 훨씬 consistent한 대화가 가능
매일같이 쓰고 나눈 감사노트 –

어머니와의 편지 – 남자이야기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평생에 걸쳐 사랑할 사람을 처음 만나고 감격에 겨워 본인 어머니랑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어머니와의 편지 – 남자 이야기.


엄마와 나
엄마와 나

이번 이야기는 2013년 12월에 나눈 이야기들이다. 아버지와의 그런 이야기가 있고 난 후에. 난 항상 어머니와는 대화가 잘 통했고 어머니는 정말 이해심넒고 합리적이고 아들을 사랑해줘서 아버지보다는 훨씬 더 공략이 쉬울 (?) 줄 알았다. 그런데 분명 뭔가 조금 걸려 하시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세상적인 이유로 더 욕심을 은근히 내시는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의 조심스러움 뒤에 뭔가 있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그게 설명이 잘 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가장 결정적인 것은 88/89년생은 안좋다는 사주 결과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몇년전부터 절에 다니고 계시고 다양한 부분을 기도와 노력으로 풀어내신 분이다. 그리고 점이나 미신에 크게 의지한다기 보다는 잘 아는 그런 사주도 봐주시고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종종 보고 이야기 나누시며 감정적으로나 중요한 일에 조금 의지를 하고 계셔왔고 그런줄 알고 있었다. 모든면에서 합리적이고 이해심깊은 어머니가 사주 결과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한다는건 정말 몰랐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정말 거짓말처럼 사주 결과가 우리 부모님과 가족 인생에서 맞았던 적이 많아서 더 이해가 갔지만 처음에는 나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어머니께 상처주는 말 하고 너무 강한 편지를 드린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다. 그래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share 하고 싶다. 사주와 신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다음기회에 좀더 자세히 쉐어 할 수 있다면 하고 이 글은 일단 편지 원문을 담는데 집중한다.

결국에 어머니는 사주를 보셨고, 그 결과와는 무관히 내 편을 들어주시며 아들을 위해주고 사랑해 주셨다. 이런 부분까지 아들과 솔직히 나눠주고 사랑해주는 우리 어머니가 나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고 그렇다. 그리고 지금은, 적어도 내가 알기에는 사주를 조금더 casual하고 편안하게 생각해주시는것 같다.


산이야.

엄마 요새 스트레스 많이 받지? 근처에 있는 아들 하나 큰아들은 자기 여자 생겼다고 벌써 집나간 사람처럼 굴고 딱 자기 여자 자기 삶 챙기고, 옆에있는 엄마의 호프 백재웅은 엄마 마음 편하게해줄 그런 싹수가 보이지 않고. 그나마 엄마 인생의 단비와 같은 작은아들은 지금 미국에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채 이민자 가족의 딸, 신앙에 흠뻑빠진, 크게 다른면에서도 그냥보기에 썩 엄청 눈에들어오지 않을지모르는 그런 여자 만나서 멋지게 살 생각은 안하고 자꾸 불안한 길로 가고 있는거 같고. 이제 환갑이 내일모렌데, 참 열심히 살았는데 부모형제 여럿떠난 것부터 별의별 겪은 엄마 인생,…김숙희 여사님. 작은 아들은 감히 짐작정도해볼 뿐입니다. 작은 아들이 엄마 생각많이해.

엄마. 그 사주 그거. 그게 그렇게 중요해? 엄마가 120% 확신할 정도로? 엄마가 이토록 믿고 사랑하는 아들 백산을 못믿고 그 사주에 입각해서 판단해야 할 정도로? 사주 잘 맞아도 이혼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럼 누구는 그럼 잘 맞는 사주아니였어? 또 누구는? 태어난 연월일시 그걸로 두사람의 궁합과 그런걸 그냥 판단내어버려? 그리고 엄마랑 아빠 사주는 안맞을수 있어도 둘은 또 운명이 아니었을까? 둘이 안만났으면 나도 없는거잖아. 사주를 봐서 막을수 있는 관계였으면 나도 없는건데, 내가 그런 걸 믿고 받아들이고 그렇게 운명에 손대는건 너무 아이러니할거 같지않아? 하하. 여기서 만난 명리학에 너무나 뛰어난 사주의 달이 아저씨도 사주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참고할 필요는 있지만 그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입장이야. 나 솔직히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고 믿고 나와 대화가 가장 잘 통하는 우리엄마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냥 사람그자체로 안봐주고 이런걸 훨씬 더 근본적으로 여긴다는게 정말 많이 힘들어. 요새 그 스트레스에 잠도 잘 안오고 (밥은 계속 잘먹지만 -_-) 그냥 힘이 많이 없어. 엄마 알잖아 엄마나 나나 서로에게 상처주거나 힘들게 하고는 맘 불편해서 못견디는거.

그래도 엄마, 나 더 노력해볼게 엄마 입장에서 생각할수 있도록. 나도 정말 엄마 삶에서 거의 90%이상 맞아떨어졌던 그거에 대해서 그렇게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 내가 무슨말을 하든 엄마의 생각은 안바뀔 가능성이 크다는것도 느끼고. 니가 살아봐라. 니가 내 입장이 되서 겪어봐라. 그래도 그런소리가 나오나 – 엄마는 그런 생각 들수도 있을거 같아. 그래서 이건 내가 지기로 했어. 엄마.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거 나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고 정말 사주 안봤으면 하지만, 엄마가 이렇게 까지 나오고, 내가 신앙인이 된 입장에서 엄마를 이길려 하거나 내 논리로 엄마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할게 아니라 엄마를 더 이해하고 감싸앉고 그런게 필요하다고 느껴져서, 그리고 내가 엄마를 워낙 사랑해서, 엄마가 원하면 내가 사주보는거에 동의할게. 단 내가 엄마한테 정말 꼭 부탁하고 싶은것도 있으니 – 아들로서. 백산으로서 – 한번 들어봐줘.

  • 아들은 이 여자 선택했어. 마음 정했어. 엄마. 나 너무나 확실해. 나중에 내가 자세히 왜 그런지 얘기해줄게. 엄마 아들알지? 이젠 누구도 나를 못말려. 엄마 많이 섭섭하지 내가 일방적으로 정해버려서? 미안해 나도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않았는데 너무나 명확해서 정말 도저히 다르게 생각할 길이 없어. 그러니 혹시나 사주가 잘 안나오면 엄마만 더 괴로워질 수 있어. 그거 꼭 생각해봐.
  • 사주 보게 되더라도 신앙적으로 너무 강해서 나를 잡아먹을수 있다 이런 식의 해석을 누가 해줬는지 모르겠지만 부디 그사람 말고 전혀 이 배경을 모르는 사람한테 가서 정확히 보고 객관적으로 보고 나한테도 이야기해줘. 정확히 사주 여덜자가 뭐고 왜 그렇게 나오는지 엄마도 잘 뜯어보고. 나도 더 연구해볼거니.
  • 엄마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들의 사랑이나 신앙에 대해서도 엄마가 더 자연스럽게 열린마음을 갖고 들어줄 수 있도록 아들이 더 노력할게. 엄마 아들 너무 많이 사랑해주고 믿잖아? 내가 그 믿음에 제대로 부흥하지 못한건가 그런 죄송스런마음이 드네…내가 돈한푼 없는 늘남의 눈치봐야되고 자기가 믿고 지키는 가치하나 지킬 여유없는 그런 소시민으로 살거 같아? 아들의 삶을 겨우 누구네에 비교해야 마음이 풀리겠어? 아들이 그리는 그림은 훨씬 커. 최수종/하희라, 차인표/신애라, 션/정혜영 같은부부보다 크면 컸지 작지 않아. 게이츠 파운데이션이란 비영리 조직 만들어서 전세계 수많은 문제 해결하고 있는 빌게이츠나 애 7, 손자 15낳고 스탠포드 MBA교수에 자기 펀드로 몇조 굴리고 있는 조엘피터슨 정도는 되야지. X형 아버지도 멋지지만 내가 그리는 그림은 훨씬 크고 근본적이야. 그리고 자칫 조금더 집안이 좋거나 돈 얼마 더 있는거에, 더 강남역 성형수술받은거 처럼 얼굴이쁜거에 내가 평생 앞으로 70년가까이 살 사람 결정하는 그런 실수 범할뻔 했는데 너무도 속이 꽉 차고 나랑 정말 하나부터 백까지 잘 맞는 그런 친구 만난게 난 너무나 감격스러워. 이젠 진짜 그런 삶 살 수 있을거 같아. 아들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을거 같았거든. 근데 천하무적 엄마 아들도 혼자서, 신앙도 없고 사랑도 없이는 너무 어렵더라. 내가 만나 어떤 누구도, 심지어는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Y 같은 애도, 얘에 비하면 도저히 비교할 수가 없어. 신앙은 더 경이롭고 신비로워.

엄마, 내가 “아직도 가야할길” 을 읽고 그런 지혜의 서적들을 계속 더 접하고 주위에서 다양한 상처입은 사람들, 아니 그냥 보통사람들과 더 깊이 친해지고 교제할수록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얼마나 뿌리깊이 남아있는지, 그게 얼마나 사람을 평생 반신불수로 만드는지 느껴. 그런거 느낄수록 백재웅 김숙희한텐 정말 내가 평생해도 다 못갚을 은혜 입은거 같아. 형 몫까지. 나 그래서 할일이 너무많아. 감사하고 사랑할수록, 그리고 주위에 아픈 사람들 볼수록 난 더 힘이 나고 더 사명감에 불타올라. 나 그냥 적당히 사는 인생관심없어. 적당히 뽀대나게 적당히 돈도 쓰고 적당한 지위에 올라서 그런 삶 내가 볼때 이류인생이야. 나한텐 성에 안차. 내가 세상에서 받은 사랑에 보답하려면 난 더 단단해져야 하고 더 근본적이 되어야되 엄마. 결코 어디 선교가고 내가 내 역할 다 안하겠다는 그런 소리가 아니야. 훨씬 더 근본적인 마음가짐같은거 얘기하는거야. 생활습관이나.

앞으로 내가 어떤 삶을 살게되든, 엄마 사랑하고 세상 사랑하고 열심히 멋지게 나답게 엄마 아들답게 하나님 자녀답게 살거야. 내가 삶으로 증명해줄게 엄마. 믿고지켜봐줘. 내가 정말 멋지게 살아서 엄마가 자연스레 신앙으로 올 수 있도록, 난 요새 그게 가장 큰 기도제목이고 소망하는 바야. 아들 자신있어. 걱정이 아닌 기대와 사랑으로 한번 아들 믿어봐봐. 엄마 인생에 이제 걱정은 그만하자. 백재웅 백범걱정에 그리고 도움 안되는 엄마 주위 사람으로도 걱정은 이미 충분하잖아. 그리고 언제 작은아들이 엄마 실망시킨적 있어? 엄마한테 상처준건 중학교때 그 여자애 한번이면 족해. 이젠 그런 여자 안만나고 그런삶 안살아. 내가 약속할게. 사랑해 엄마.

산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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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

단비같은 아들이라… 좋은 표현이네ㅎ 엄마 인생에서 너는 그 이상이지~ 엄마의 사주타령으로 큰일 해야 할 아들을 엄청 힘들게 했구만.

너의 글을 읽고 또읽고 몇 번을 보고나도 답을 쓰기가 어렵네…

결론을 얘기하자면,

엄마는 아들을 절대 이기지 못해. 그러니까 너는 니가 원하는대로 살게될거고,또 그렇게 되어야해.

살면서 한 오년전부터인가  엄마 뜻대로 되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느꼈어. 특히 아버지나 형,너도 마찬가지였지. 물론 작은아들은 늘 열심히 본인관리 잘하고 말이 필요없게 잘살아줘서 항상 자랑스러웠어. 그러고 그나마 엄마 쳐다보고 살펴주고 가려운데 긁어주는 유일한 아들이었지.

그치만 너도 니가 원하는 걸 엄마가 반대한다고 쉽게 바꾸는 애는 절대 아니지… 그래서 지난번 그 등산을 엄마말 듣고 포기했을 때 엄마가 많이 놀랬단다. 니가 얼마나 큰맘을 먹었는지…아마 너도 놀랬을걸. 성인이고, 당연히 엄마 맘대로 될수없는 거지만 특히나 우리가족에게는 영향을 미치기가 어려웠다고나 할까?

어쨋든 엄마는 투쟁을 싫어해.  엄마의 문제 중 하나지. 옛날 엄마가 아마 중학교정도 다닐 때 같애. 그 때 무슨일인지 나름 많이 기분 상하는 일이 있어 방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외할머니가  저녁밥 안먹는다고 소릴 질렀지. 평소에 말안듣고 고집부린적이 없는 나 였지만  그날만은 정말 그냥 내기분을 좀 이해해주길 바랬거든, 아니 이해까진 아니라도 그냥 내버려둬주면 너무 고맙겠는데, 외할머닌 절대 봐주지 않았어. 평소 외할아버지한테 스트레스가 많았기 때문에 작은딸마저도 자기를 무시해서 고집부려 이기려고 한다고 생각했거든. 그걸 아는 나는 더 고집부리지 못하고 억지로 밥먹는 시늉을 해야했지. 그게 그렇게 야속하더라고 엄마가 너무 맘을 몰라주고 알려고 들지도않는게 그 때 생각했어 나중에 내가 엄마가 되면 난 애들을 무조건 이기진 않겠다고…정말 원하면 봐 주겠다고ㅎㅎ 그래서 너네 키우면서 내고집을 별로 부려보진 않았든 거  같은데…그게 잘 한건지는 잘모르겠지만.

어쨋든 나라는 사람은 관계가 나빠지는 걸 두려워해서 내가 원하지 않아도 쉽게 포기해버려. 상대방이 힘들어지는 걸 보는게 정말 힘들어. 너도 잘 알잖아 엄마가 어차피 너를 못이긴다는 걸. 더구나 내가 가장 아끼는 보물인데 나땜에 잠도 못 잔다니 말이 안되지…

엄마라고 그렇게 사주운운하고 싶진 않어. 니가 그런사람들까지 얘기안해도,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게 배우자  잘만나는 거라고 그러니 사랑하는 아들한테 가장 최선인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램이고, 피해야될 연도 출신가 아니었으면 세상적인 잣대로 무조건 아들을 아까워하진 않았을거야. 글고 니가 왠만큼 이성을 가지고 천천히 만나고 있었어도, 내가 아들한테 듣기싫은 소리해서 관계 나뻐질 필요까진 없었겠지. 나도 그정도는 아는 사람이잖아. 그치만 년월이 안맞으니 일시라도 좀 괜찮았으면하는 바램으로 알고 싶어한거지. 니가 너무 완벽하다고 밀어붙이고, 신앙적으로 너무 강하게 느껴지니까  엄마로서는 어쩔수 없었어. 거기다 가난이 두렵지않고, 가진걸 터부시하는… 신앙에 깊숙히 빠져 마치 성인이라도 되야 될거같이 행동하고 말하는 너를 보고 있자니 이 모든것이 상당히 불안하게 보이는건 어쩔수 없었어. 글고 X네 얘기는 자식한테 그런 여유를 줄수있는 상황이 부러웠고, 경제적으로 넉넉치 못한거에 생각외로 아들이 엄청 스트레쓰를 받아왔다는 걸 알고 엄마가 많이 놀랜적이 있거든. 평소에 니가 넘치는 자신감과 열정으로 그런쪽에 별로 힘들어하지 않는다고, 없는부모가 편할대로 생각해버린게지. 너가 유학가기 위해 장학금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그렇게 힘들게,눈물나게 노력하며 얼마나 많이 가진 거 없는 부모가 답답하고, 가서는 일찍 외국생활 못한 걸 ,대한민국의 없는집에 태어난 걸 안타까워했는지는 너무나 잘 알고있어. 물론 너가 그 고생을 하고 가서  맨땅에 헤딩하면서 올린 글을 보고 그 때서야  아! 얘가 이렇게 힘들었구나. 정말 미안하고 또 안타까웠지.

그래서 요즘 너무 변하는 너를 보며, 능력없는 부모가 할수 있는게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욕심도 있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니가 능력없는 부모가 될거라고 생각한 거  아닌건 잘알지? 절대 너의…니가 살아갈 인생하고는 비교할수있는 삶이 아니지. 엄마가 아들을 모르나? 울아들이 얼마나 대단한데…또 너는 최수종이니,차인표,션이니 이런 부부들 대단하다지만, 엄마는 너를 그 사람들하고 비교하는 거 싫어. 물론 그들이 연예인으로서 정말 남다른 삶을 산다는 거 부인하지않아. 그렇지만 백산이 그들하고는 급이 다른 인생을 살거란 걸 믿어 의심치않아!!! 너는 훨씬 더 폭넓게,더 깊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거야. 엄마는 아들을 믿어. 글고 엄마도 아빠 못지않게 너에게 기대가 크다는 거 잘 알지?

사랑하는 아들아~

시간이 해결해줄거라 믿고 싶어. 얼마간의 시간이 가도 상대를 보는 너의 생각이 변함없다면 그건 만나야 할 운명이라고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해. 너가 원하지않으면,그게 그렇게 신경쓰이면, 묻지 않을게. 편하게 살어. 맘껏 사랑하고, 잠도 푹잘자고, 신앙생활도 원없이하고.

단지,엄마는 니가 워낙 단순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데다가  투명할정도로 순수해지기까지해서…그 넘치는 자신감이 이즈음엔 살짝 우려가 된다는…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어쩔수가 없네.ㅎㅎ 머리 좋은 아들은 엄마가 뭘 염려하고 있다는 걸 잘 알거야.

다 큰 아들,성인이된 아들이 어디서 살든, 누구랑 살든, 부모가 뭘 어쩔수가 있겠어? 그냥 지켜보며,좀 더 살은 인생선배로서,잘 되기를,더 나은 선택을 해주길 바라는맘에서 자꾸 신경이 쓰이는거지…사랑하는 자식이니까.. 남이 아니니 쿨하게 멋지게… 잘한다! 멋있다! 대단하다!…말이 쉽게 안나오는거란다.

이 모든 걸 다 놔두고.. 엄마는,아버지는 물론 형도,형수도 …우리모두는 너를 응원하고,또 많이 사랑해~~* 그리고 형도 요즘 엄마한테 자주 전화하고 나름 잘하려고 애쓰고 있어. 나름 형 노릇하려고 엄마한테 한마디 하더라. 이 모두가 고마운일이지…이틀 남은 올해 마무리 잘하고 새해 복 많이 받아!!

2014년은  백산의 해가 될거야~ 화이팅!!!

사랑하는 엄마가 보낸다.


엄마,

나를 많이 울리는 그런 편지네… 엄마랑 이렇게 나름의 편지를 주고받으니 또 참 새롭다.

1. 엄마는 나 잘키웠어.

엄마가 나한테 안 이기고 내가 결정하게 키워준거 난 참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 엄마 어렸을 때 그런 일까지 나눠주고 고마워. 엄마가 관계가 나빠지는걸 두려워하고 한다는거 절대 엄마의 약점아니야. 난 그거야말로, 평화를 사랑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그거야말로 김숙희의 identity이자 핵심이라고 믿어. 그거 없이 내가 어떻게 컷겠어. 그거 없이 내가 어떻게 이런 마음을 갖게 됐겠어. 엄마덕분이야. 보면서 배웠어. 그러니 그런 생각은 혹시나 마. 개인 인생에서는 조금 손해봤을지몰라도 적어도 엄마로서는 김숙희는 세계 최고였어. 내가 그거 증명해줄게.

2. 돈 조금 부족했던거나 내가 외국생활 못했던거, 그게 내 상처였다는 거에 마음아파하지않았음 좋겠어

진짜 이거갖고 내가 부모님 상처준게 도리어 많지. 난 너무 죄송해. 내가 그런 상처가 있었다는건 – 내가 워낙에 다른 상처가 없으니까 뒤지고 뒤져보다가 나온거야. 누구마음에나 성장과정에서 열등감이나 컴플렉스나 기타 자기 성장을 위해 원동력이 되는 drive같은게 있잖아. 그건 자기가 못가진 거나 자기가 힘들었던 거나 그런데서 많이 비롯되고 상대적인거고. 난 워낙에 딴데서 못찾아서 이런데서 또 찾은거야. 그리고 우리가 사실 뭐가 그리 부족하고 어디 우리 부모님이 나 어렵게 살게 한적있어. 나 또 남들보다 얼마나 외국경험도 많이하고 할거 안할거 다해보며 어린시절 산이다 들이다 피아노다 미술이다 팔방미인으로 컸는데. 그게 진짜 투자고 교육이지. 내가 이런것 갖고 자꾸 상처라고 이야기하는건 – 진짜 깊은 상처여서가 아니라 내가 워낙 다른게 없어서. 그리고 상처 많은 남들과 조금이라도 공감하고 나누고 내가 더 역할하려면 이런거라도 자꾸 부각시키수밖에 없어서 그런면도 있는거 엄마 알잖아. 남들은 누구도 자기 상처 드러내지 않는데, 왜 굳이 나만 드러내냐고? 엄마아빠마음 아파할거 알면서? 그건 내가 다른사람보다 “상처가 다 치유되서” 야. 난 이제 상처가 없거든. 그게 다 아물었고 다 보듬어졌고 다 받아들여졌고 다 편안해졌거든. 그러니까 난 이야기할 수 있어. 다른사람들 상처입은 다른사람들 더 사랑과 연민으로 감싸앉을 수 있고. 이런 과정에서 내가 아버지와의 대화나 엄마와의 이런 이야기도, 심지어는 지금 사랑과 신앙, 사주 이런문제로 조금의 갈등아닌 갈등이 있는것도 다 감사하게 느껴져. 이런거마저 없다면 이런 갈등 있는 사람 어떻게 이해하고 그런사람 어떻게 돕겠어. 그러니 엄마, 마음아파 하지마. 지금 이 과정도 다 지나가는 걸거야. 그리고 진짜 우리 부모님은 너무나 훌륭했고 세상에서 최고였어. 난 한번도 내가 다른 부모 밑에서 태어났으면 더 낳았겠다고 생각해본적 없어. 그냥 나의 부족한 응석이었다고 정도 생각해줘.

3. 사주는 사실그래도 안봤으면 좋겠긴해…그래도 이건 엄마판단해 따를게 

엄마, 사주 안보고 엄마 편안할 수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건 사주 보고나서 아무것도 바꿀수 있는건 없는데 엄마가 더 불안해지거나, 사주 결과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내 삶의 굴곡들을 엄마가 자꾸 그 사주랑 연결시켜 해석할까봐 하는 점이야. 어차피 사주가 어떻게 나오든 난 내가 확신을 가진대로 할거 엄마도 알잖아. 사주보는게 어떤 더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이게 난 참 모르겠어. 그래도 나 이 문제는 엄마의 판단에 맡기고 싶어. 엄마가 고민해보고 그래도 원하면 얘기해. 내가 일이랑 시 줄게. 하하 이건 그 등산 안간거랑 비슷한 건가? 내가 버팅기지만 최종 판단엔 무조건 승복하겠음.

4. 민경이와의 결정이나 앞으로도 시간을 최소한 조금은 더 두고볼게 

그래 엄마. 내 결정 결국엔 믿어주고 따라줄거라고 해줘서 너무 고마워. 어떤거 우려하는지도 잘 알고. 그래 내가 조금더 시간을 가지고 계속 더 균형잡힌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노력할게. 엄마 아들이 항상 부족해보이고 항상 너무 집중력있게 달려가기만 하고 불안하지? 그래 내가 더 신뢰줄게. 내가 자꾸 성인군자처럼 말하는거 불안해 하지 않도록 엄마도 한번 생각해봐봐 근데. 이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 난 진짜 이거 놓고싶지 않아. 진짜 깊숙한 데서 나오는 행복이고 충만감이야 엄마. 앞으로의 삶이 너무 기대되.

5. 진짜 사랑하고 2013년 연말 같이잘 마무리하자.

엄마의 2013년은 어땠으려나. 큰아들 결혼시키고 작은아들 졸업시키고 작은아들은 비록 맥을 못추고 있다고 (?) 보이기도 하지만 뭐. 아빠는 여전히 백재웅이지만 뭐. 가족모두 별탈없이 건강하고, 엄마야말로 암도 많이 이겨내고 건강히 씩씩하게 한해 보낸거 맞지? 축하할일 많네. 처음으로 스탠포드랑 여기도 와봤잖아 ㅎㅎ 나도 참 감사할거 많은 연말이야. 그리고 형이 갈수록 더 그렇게 엄마를 챙긴다니 믿음직스럽기 그지없는데? ㅎ 나도 갈수록 형이 더 의지가돼. 우리 같이 감사하며 따뜻한 연말 보내자 엄마. 사랑해. 진짜 우리엄마가 최고야.

아버지와의 대화2 – 남자이야기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평생에 걸쳐 사랑할 사람을 처음 만나고 감격에 겨워 본인 아버지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아버지와의 대화, 그리고 그걸 본 어머니의 편지 – 남자 이야기.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난 사귄지 이틀만에 형 결혼식에 참여하려고 한국에 갔다. 그리고 부모님부터 친척들한테까지 “나는 운명의 여자와 만났다. 이 여자와 결혼하겠다. 쓰잘데기 없는 소개팅 그런거 절대 안한다. 그리고 이 여자는 이렇게 이렇게 운명적이고 대단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확인받으려 하고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서 이 좋은 소식을 부모님과도 나누고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고 인정받고 싶었다.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다. 사귄지 이틀이 됐건 사흘이 됐건 나에겐 이미 너무나 확실했으니까.

부모님, 특히 아버지는 조금 당황스러워 하셨다. 그간 승승장구하며 아버지의 큰 자랑거리이던 작은아들이, 잘 다니던 공무원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에서 실업자가 되더니 만난지 일주일도 안된 미국에 이민간 여자랑 결혼하겠다고 모든게 확실하다고 달려드는 (?) 상황이니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었지만. 허허. 한국에 있는 2주동안 아버지와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밥먹으며, 아침에 같이 산책하고 목욕탕 가면서, 목욕탕 온탕 안에서 두런두런 나누면서 마치 싸움하고 화해하는 부부처럼 시간을 보냈다. 우리에겐 필요한 시간이었다. 서로 감정이 조금은 다쳐 있었다. 나보다는 아버지마음이 더 다쳐 있었고 난 그거에 놀라서 또 내가 하고 싶은 얘기 돌직구로 막 날렸다.

이번 글은 어떤 면에서는 내 개인 블로그에 썼던 아버지와의 대화1 의 후속편이다. 거기도 썼지만 미리 우리 아버지를 조금 설명하고 변호(?)하자면 정말 가진거 하나 없는 환경에서 노력과 의지만으로 나름 자수성가 하신 분이다. 그리고 정말 말도안되는 환경에서 자라면서 상처가 많으신 분이다. 그래서 성공, 더 큰 사회적 지위와 사회에의 영향, 국가에 봉사 이런데 대해 누구보다도 강한 신앙심(?) 의지 욕심 갈망 목마름 향수 이런걸 가지고 계신다. 그리고 너무 단순하고 일관적이고 처음엔 이렇게 욕심부리고 하다가도 자기편이 되면 끊임없이 잘해주고, 무엇보다도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고 아들을 인정. 존중하면서 결국 져주고 위해줄줄 아는 정말 훌륭한 분이다. I can’t blame him at all for this. I love him so much and can totally understand him.

아버지의 이런 근본적인 갈증과 특히 결혼에 대한 조금의 덜 채워지는 마음(?) 이 상당히 치유되기 전까진 이 일이 있었던 2013년 11월 말이후 거의 1년이 걸렸다. (그리고 어떤 부분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 글을 share 하는건 나보다도 다른 가족 구성원들 – 민경이, 아버지, 어머니, 장인/장모님 – 께 부담되는 일이지만 그걸 허락해준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말씀 드린다. 그리고 이 과정을 겪으면서 이제는 조만간 부모가 될 꿈을 꾸는 입장에서 우리 아버지를 내 아버지가 아닌 하나의 부모로서 보고 느끼게 되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에는 본인 뜻을 굽히고 아들의 뜻을 존중하는것 even if he himself still not convinced… 과연 나는 이런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반문하게 되는 부분이다.


아버지와의 대화, 두번째 이야기

1. Loving – 결혼/사랑 – 아버지는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서 조금더 신중했으면, 아들은 빨리 인정받고 싶은 마음.  

아빠: 아들아 다 좋은데, 여자가 얼마나 중요한데 결혼이 얼마나 중요한데. 여자의 심성 이런거와 같이 여자의 배경, 역량, 어떤일을 같이 할 수있는 서포트가 되는지 이런게 니가 큰일하는데 참 중요할 수 있으니 그런것도 꼭 생각해서 결혼상대를 골랐으면 한다. 나이들고 세월가고 보니 이런게 정말 보여 나도 너때는 몰랐는데. 결혼은 정말 중요한 결정이야. 주위에서 소개받아보라는 사람도 한번 만나는 보고 조금더 신중하게 생각해보는게 어떻니.

아들: 아빠. 나도 전에는 그런게 보였어. 그런게 중요한줄 알았고 거기에 상당히 distract됐지. 하지만 이젠 안그래. 난 그 사람만 볼 자신있고 그렇게 하고 있어. 평생같이 살 사람이잖아. 난 이제 어떤 사람을 내가 사랑하고 싶은지 알겠어. 또 어떤 사람이 나같이 부족한 사람도 참아줄지도…그래서 바로 안거 같아. 난 이 여자랑 할거야. 이렇게 마음이 따뜻하고 심성이 고운 친구가 어딨어. 이렇게 운명적인 느낌이 어딨어. 게임셋 Done deal 파더

아빠: 허허, 아들이 너무 자신이 차있네. 어떻게 말을 들을 생각을 안하네. 이렇게 확신에 찰수가 있을까. 허허허.

2. Doing – 진로 – 아버지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 눈에 보이는 커리어 빌딩을 이야기하고, 아들은 정신과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상주의적인 이야기를 하고. 

아빠: 큰일,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항상 마음에 품고 있으면 한다.

아들: 맞아 아빠. 근데 그게 내 최우선 가치는 않아. 난 애국심 정말 강하고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 하고 싶어. 근데 누누히 얘기했듯 내가 나답게 사는게, 내가 come alive 하는게 역설적으로 가장 세상에 보탬이 되는 길인거 알아.

아빠, 그리고 아들이 보는 대한민국에 진짜 필요한건 결코 멋진 관료도, 경제발전도 아닌 정신적인 부분이야. 내가 이야기하는건 신앙이나 영적인 가치를 이야기하는게 아니야. 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이야기가 하고 싶어. 전 세계 다양한 민족, 조직을 보면서 결국 winning 조직은 강한 Value, Pride, Trust같은 것으로 뭉쳐있는걸 볼 수 있었어. Mckinsey, Stanford, Jew, 이런 사람이나 조직의 공통점이야. Built to Last 란 책에도 잘 나와있지. 어떤 한 국가와 민족을 봤을때 나는 Public(정부)/Private(기업)/Sprit(사회의 정신, 사회적 문화) 이런걸로 나눠볼 수 있을거 같아. 정부의 역할은 경제안정, 국방, 통합정치 이런거고 기업의 역할은 이윤과 일자리 창출 등일테고, 그럼 개인과 사회의 역할은 정신을 바로세우는 SW적인 역할이 아닐까 해. 한국에 가장 필요한건 정말 모든걸 해결해줄 대통령도, 돈잘버는 기업가도 아닌 개개인의 의식 개혁이 아닐까. 왜 우리는 Pride 와 신뢰가 부족할까. 우리처럼 강한 아이덴티티 share하면서도 그 Korea 라는 Brand 에 대해 mixed feeling을가진 민족이 세계 어디에 또 있을까. 난 정신이 바로설 때 김구선생님이 이야기한 “가장 아름다운 나라” 가 될 수 있을거 같아. 이게 뜬구름잡는 소리같지만 난 믿어. 그리고 내 정신부터 바로 세워서, 그럴 수 있는 일 하고 삶 살아서 기여해보고 싶어.

아빠: 이야. 우리 아들의 생각이 정말 훌륭하다. 정말 핵심을 짚은것 같다…

3. Being – 삶의 가치 – 아버지는 신앙이 너무 우선시 되는것은 피했으면 하고 아들은 God 가 최 우선 순위라고 확신하고. 

아빠: 성공, 더 의미있는 일을 하는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봐라 산아. 얼마나 어렵고 힘든 사람이 우리 주위에나 대한민국에 많니. 넌 큰 역할 해야한단다. 신앙에 너무 빠져서 그게 모든거에 우선시되는 삶, 아빠는 정말 걱정이 되고 말리고 싶구나. 아빠도 겪어봤지만 그게 일정수준 이상을 넘어가면 모든거에 우선이 되버리거든…그럼 가족이고 뭐고 없는거야.

아들: 알아. 근데 내 삶의 우선순위는 God -> Family -> Country -> Others -> Myself 이렇게 잡아보고 싶어. 일단 신앙적으로 바로 서고, 내 가정을 꾸리는게 우선인거 같아. 바로 수신과 제가의 영역이야. 그러면 나라, 즉 치국 (난 다스릴 마음은 없고 섬길마음 뿐이지만) 그리고 남과 나를 더 아우를 수 있을거 같아. 그리고 아빠 아들이 누군데. 난 맹신자는 안되. 분명 나의 신앙은 더 단단하고 더 세상과 연결된 그런 신앙이 될 것을 믿어. 걱정하지마 아빠.

아빠: 아들이 진짜 변했구나. 진짜 훌륭해 진거 같다. 참 아빠가 기쁘고 감사하면서도 좀 놀랍고 조금은 멀게 느껴지네.

아들: 아빠 아들 변한거 신기하지? 나도 너무 신기하고 감사해. 이게 신앙의 힘이고 신앙의 증거가 아니면 뭐겠어. 계속잘 해볼게 아직 너무 부족해.

4. 상처와 치유 – 아들은 아버지의 상처가 너무 안타깝고, 아버지는 본인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 수 없는 것이라며 불치병 진단을 하고. 

아들: 아빠. 왜 아직도 그렇게 화를 내. 왜 나이 60이 넘어서 사람이 그렇게 곤두서 있어. 아빠 나 아빠 그런거 보면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워.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없을까? 아빠 아직 가슴깊은 곳에 상처가 있어 그런가봐. 그거 잘 어루만져 줘 보고 싶어.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아들이 너무 마음이 아파.

아빠: 아들아, 니가 몰라서 그렇지 아빠가 이런 심리치료를 삼십년동안 업으로 살았던 사람이야. 별의별 경우를 다 겪고 직접 인도해봤어. 그래서 아빠는 나 스스로의 증상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진단해. 니 말이 맞아. 근데 이거 치료 안되. 너무 깊이 있어서. 신앙은 위에 덧칠을 할 수는 있지만 아빠는 그것마저도 한번 칠했다가 덧난 케이스야. 어디 캠프가서 화를 꺼내고 상처를 치유하고 가족끼리 부둥켜 울고 이런거 해봤자 그때 그 상처가 희석되는 것일 뿐 결코 없어지진 못해.

아들: 아빠가 그렇게 잘 알고 스스로를 불치병으로 진단내리니 오히려 더 서글프네. 그 상처 속에서 본인 아들한텐 어쩜 이렇게 사랑만 줬는지 더 존경스럽고. 그래도 아빠. 난 포기못해. 내가 노력하고 기도하고 해볼게.

요새 이 생각이 너무 많이 든다. 아버지와 한참을 이야기했다. 누구에게나 있는 상처, 어떻게 감싸안고 치유해서 세상을 향한 사랑이 나오게 할 것인가. 결국엔 끄집어내서 살펴보고 안아주고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베풀때 치유되지 않을까. 아버지에게도 그런 일이 있기를 소망하고 기도한다.

5. 그리고 우리 둘의 나름의 화해와 합의

아버지왈 – 허허허. 하여튼 남말 부모말까지 안듣는거 하며 어찌 나랑 이렇게 닮았을까이. 그래…결국 결정은 니가 하는거다 아들아. 아빠는 조언을 하고 영향을 미치려 하고 아버지의 바람을 이야기하는 거지. 아빠는 아들이 아빠보다 더 훌륭하다고 더 멋진 결정을 할거라고 믿는 근본적인 믿음이 있어. 아들을 인격체로서 인정하고 존경하고. 그렇지만 아빠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고 이해되지 않는게 참 많이 있단다.

아들왈 – 허허허 말안듣는건 아빠아들이라 그렇다니까. 그러니 포기하시고 아들가는길 응원해줘. 그래줄거지? 아빠가 나 결정 결국 위해준다니 그건 너무 든든하고 존경스럽고 그래. 정말 대단한거 같아 아빠.

그렇게 목욕탕을 다녀오면서, 농장을 하시고 또 열심히 사시는 우리아버지와 나이 서른넘어서 될지 안될지 모르는 꿈과 이상 쫓는다고 자기 멋대로 살아보고 있는 작은아들은 나름 마음의 화해를 이뤘다. 결국 우리 둘은 서로 너무 사랑한다.

——

위 이야기를 보고 어머니가 1년전에 내게 보내준 편지

글 잘읽었어.
부자간의 진솔한대화라…
이글을 보며 너도 힘들었겠지만 아버지가 얼마나 인내심을 갖고 대응했는지 엄마는 맘이 짠하네~
새벽에 식탁에서 두런두런 나누는 부자간의 대화를 잠결에 들으며 맥을 깰까봐 나가지 못하고 그래도 우린 건강한가족이지하며,나름대로 저 두사람이 서로 상처를주며 상처받게 되지않기를…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조금 더 여유를가지고 서로를 이해해나가길 기도했단다.

산아!

너가 아부지한테 조금만 더 시간을 드리면 안될까?

그 정도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었으니 이제 시간이 해결해줄거라 믿어. 자기의 분신이 성공의길로,정말 말이 필요없이 알아서 자기관리 잘해나가며 누구보다 열심히 달리는 아들을 지켜보며 얼마나 뿌듯하게,자랑스러워하며 살아왔는지 니가 더 잘 알거야.

남 다른 성취욕구와 끝없는 갈증이 자식에대한 엄청난 기대와 무한한사랑으로 표출되고있는 아버지잖아?  그리고 너의 정신 밑바닥에도 아버지의 근본(열정,욕심,성공?)이 깔려있어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을지도 몰라. 암튼 내가 하고싶은얘기는 이렇게 살아온 아버지가 어떻게 한꺼번에 모든걸 내려놓을수가 있겠니? 좀더 생각하고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해.

엄만 언제나처럼 아들을 믿지요! 그렇지만 엄마도 아들이 최선을 선택하길바래. 물론 넌 최선이라 하겠지…

산아~ 엄마가 보는 아들은- 너무 순수하고 열정또한 대단해서,거기다 자신감까지 충만타보니 지금 짧은시간 동안의 느낌을 너무 크게 받아들이는거 같애. 절대 아들의느낌을 과소평가하는건 아냐 넌 맘속으로 그러겠지. 아들을 사랑한다며? 솔직히 아들의행복만을 생각한다면 뭐가 문제야? 사랑한다는데,간절히 원하고있는데… 날 좀 내버려둬,내인생에 간섭하고 작용하러 들지마요!

글쎄 니가 엄마만큼 살고 너의자식의 상대를 찾을때, 아님 그아이가 완전히 다른삶으로 가려고 할 때,그 때 쯤이면 우리가 조금 이해가 되려나? 어차피 자식이 부모를 완전 이해하긴 어렵겠지? 너무 빠른시간안에 해결하러 들지말고, 조금만 기다려줘라. 넌 답답하겠지만…

엄만 결국 아들편이야! 아들을 정말 많이 사랑하니까… 그러니 너무 서두르는 니가 안타까워 우리아들을 이렇게 가슴뛰게하는 그 아일 자연스럽게 우리도 사랑하고싶어.

글 괜찮네~ 한마디 한다는게 너무 길어졌네ㅎ 지금 힘든 너의삶속에 한줄기 빛을 봤는데… 답답한 부모가 맘을 몰라주네.

산아~

우리 좀만 같이 노력해보자. 안될게 뭐가 있겠니?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이잖아?

사랑한다~~*

-엄마가-

삶과 꿈을 나누고 결혼을 이야기하고 – 남자 이야기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평생에 걸쳐 사랑할 사람과의 연애 초기 이야기.


 1. 에버놋을 통해 나누기

거의 매일 쓴 노트들, 1년 지나자 어느새 150개를 훌쩍 넘었다
거의 매일 쓴 노트들, 1년 지나자 어느새 150개를 훌쩍 넘었다

I wanted to make this relationship right. I wanted to triple check my gut feeling and also 우리둘의 삶을 맞는 방향으로 방향설정 해서 조금씩 나아가고 싶었다. 연애 극초기, 사귀기로 시작하고 바로 다다음날, 형의 결혼식으로 난 한국으로 2주간 떠나게 되었는데 그 2주를 시작으로 에버놋을 통해서 많은 sharing을 시작했다. 매일 통화하고 채팅하고 그런것은 했지만 글로써 또 생각을 정리해서 나눈 것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맞춰가는데에 훨씬 더 도움이 됐던것 같다.

몇가지 우리가 나눴던 것들을 share 하자면

Loving 관련

    • Road less traveled 의 Love에 대해 우리가 나눈것 – 이 책은 내가 영문/한글번역본을 모두 읽고 그녀와 그녀 어머니께도 선물해줄 정도로 내게 영향을 많이 줬다. 특히나 사랑에 대한 정의 – ‘자기 자신이나 또는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  (Love is the will to extend one’s self for the purpose of nurturing one’s own or another’s spiritual growth) – 와 사랑은 느낌이 아니라 행동이고 활동이라는 것. 사랑에 빠지는 감정적인 상태에서 헤어나올 때 진정한 사랑이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사랑은 책임감, 깊은 관심, 훈련되는 것, 상대 그 자체에 대한 존중 이라는 것 등등이 정말 와닿았고 같이 공감했다.
    • Real Marriage라는 책 읽고 나눈것 – Real Marriage는 한 남녀 (목사님과 사모) 가 자신의 실제 불행했던 결혼경험을 솔직하게 open하면서 남자의 역할/여자의 역할/성/과거사/conflict resolution 등등 부부관계의 common issue에 대해 다룬 책과 영상 물이다. 잘 아는 형이 권유해서 접하게 되었는데, 특히 성(sex) 에 대해서 많이 놔눴고 그 나눔과 고민의 깊이가 정말 깊어서 책과 영상을 몇번씩 보고 민경이놔 나눠본 것이 결혼생활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맞추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Being 관련 

    • Listening: Let’s study and understand God together – 이건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나누자는 취지의 shared 기도 노트 같은 것이었다. 나중에 다른 식으로 서로의 신앙을 share 하게 되면서 중간에 중단했지만 그래도 처음에 서로의 신앙을 알아가고 맞춰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됐던것 같다.
    • Thanking: 하나님과 삶에 대한 감사 – 이건 그당시 thanksgiving을 만나 감사노트를 쓰고 나눠본 것이었다. 나중에 long distance relationship 할때도 매일 감사노트를 나눴는데 덕분에 서로의 대화가 훨씬 더 풍요로워지고 따뜻해지고 그랬다던듯.
    • Growing: 각종 컨텐츠, 문화생활 추천노트 – 서로에게 권하고 싶은 것들 (사실은 대부분 내가 권했지만). Todo 를 만들어서 같이 하고 나누고 하니 대화거리도 공감대도 더 많아졌다.

Doing 관련

    • Doing: What we do together in the world – 진로 고민을 많이 하던 시기라 share 할게 많았다. 진로상담하던 분을 만나기 전에 생각정리해서 쓴 이메일을 share하거나, 그런저런 생각들 update 들을 솔직하게 나눴다. 무얼해도 좋다고 믿어주고 support 해주는게 정말 고마웠고, 삶의 calling을 찾아가려는 모습도 참 멋있어 보였다.
    • Finance: 돈/재물에 대한 원칙세우고 생각맞추기 좀 민감할 수 있는 문제이기에 더 빨리 더 투명하게 share 해보고 싶었다. share 하면 할수록 서로의 재물관이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런 부분을 나누는 것도 편안하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 더 확신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기는 마음이 더해갔다.

2. 40일 새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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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한국에 갔다가 돌아오고, LA를 다녀오는 왕복 12시간 가량의 차 안에서 또 많은 것을 나누면서 난 자연스럽게 또 넌지시 결혼 이야기를 그녀에게 꺼냈다. (정식 프로포즈도 아니고 간크게 그냥 넌지시 또 기도노트 같은걸 share하면서 은근슬쩍.) 그리고 그녀는 내게 40일동안 결혼을 놓고 새벽기도를 다녀보자고 제안했다. 사실 초신자인 내 입장에서 이렇게 무언가를 놓고 기도해보겠다는 것은 좀 낯설고 어찌보면 무서운 제안이라 은근히 망설여 지기는면이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는게 무서운게 아니라 기도해보고 응답이 없으면 나를 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그리고 실제로 진짜 응답을 어떻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 저으기 들었다. 그래도 무언가를 같이 해보자는게 그렇게 이뻐 보일수가 없었고, 나도 한번쯤 궁금하고 해보고 싶었던 거라 “Sure, 얼마든지! ” 라고 시원하게 대답!

마침 사는 곳도 가까웠고, 근처에 좋은 교회도 알게 되어 새벽마다 만나서 교회를 같이 다녀 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중간에 내가 차가 생기기 전에는 5시20분에 그녀가 나를 태우러 왔고 나중에는 내가 태워가기도 했다.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새벽형인 나와는 달리 올빼미 형인 그녀에게 새벽기도, 특히 40일동안 새벽에 깬다는건 엄청난 일이었던것 – 그래서 더 많이 고마웠다. 많이 피곤할 때도 있었고, 실제 예배중에 상당히 많이 졸기도 했지만 우리는 감사하며 때로는 꾸역꾸역(?) everyday routine으로 기도를 다녔다.

항상 새벽에 운동을 해야하는 내 입장에서는 처음엔 새벽 1시간이 너무 아깝기도 하고 그랬지만 나중엔 이 시간이 많이 기억에 남고 기다려 지더라. 교회에서 찬양하는 아저씨의 기타소리, 불꺼진 예배당, 기도할 때 종종 너무도 뜨거워 지는 마음, 신비로웠던 말씀과 들리는 듯 했던 음성들, 등등 정말 즐겁고 은혜로운 시간들이었다. 또 매우 다행스럽게도 그녀가 40일 후에 “하나님이 오빠 아니래!” 이런 말은 커녕 더욱 나에 대해 확신하게 되었다며 단단해지고, 나중에 매일 쓴 기도노트를 나눴을 때 서로가 받은 말씀과 음성의 일치를 확인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결혼 이야기를 나누고 결혼에 대한 공감대를 단단히 다져갔다. 하나님이 예비한 짝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확신하는 과정을 통해 그 이후 있었던 이런저런 펀치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녀를 만나고 사귀기 전까지 – 남자 이야기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평생에 걸쳐 사랑할 사람을 처음 만나고 알아보고 사랑에 빠진 남자 이야기.


1. 그녀를 처음 만나고 알아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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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적으로 깨어있는 남자는 자신의 갈비뼈, 자신의 짝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난 그런말 믿지 않았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나도 그랬다. 그냥 그런 느낌이 있었다. 어떻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 창 2. 23/24 This is now bone of my bones and flesh of my flesh. This is why a man leaves his father and mother and is united to his wife, and they become one flesh.

2013년 BeGlobal 이 있었던 9월초 (Special thanks to the BeSuccess team), 행사장에서 평소에 나한테 이메일을 몇번 보냈던 샌프란 스타텁에서 일하는 한 동생을 처음 만나게 된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고 마음이 편해져서 말도 놓고 했는데 처음보는날 대뜸 나한테 여자를 소개해 주고 싶다며 자기 고등학교 중에 이동네 코트라에서 근무하는 친구의 페이스북 링크를 보내줬다. Mutual friend 는 단 한명 (바로 그날 처음만난 소개해준다는 그 남자애)이고, 페이스북 대문사진은 얼굴이 식별불가능할정도로 작았고, … 나와 아무 관련이 없었던, 얼굴도 잘 안보였던 그녀를 바로 소개팅 받기엔 좀 부담스러웠는데, 얼마 안있어 몇명 먹는 점심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볼 기회가 생겼다. 그렇게 우리는 한국 음식점에서 평일 점심에 나는 삼계탕, 그녀는 육계장칼국수를 먹으며 처음 만났다.

칼국수 면발을 오물오물 먹으며 이야기를 듣는 그녀의 모습은 뭐랄까 – 그냥 내 짝인것 같았다. 한눈에 반했던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그녀의 나이나 출신배경이나 그런것 하나하나가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 아 물론 궁금했지만 그런것쯤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날 신나서 이썰 저썰 풀면서도 나는 그녀가 독실한 크리스천이며 우연히도 나와 같은 동네 Foster City에 가족과 같이 살고 있다는 귀한 정보를 입수한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마침 그 몇일전날 감동적으로 접한 Christian centered Relationship series 링크와 함께 이메일을 썼다. 같이 있었던 후배놈들에겐 “형이 오늘 형수님을 만난것 같다.” 며 호기를 부렸고 그날부터 거의 대놓고 들이대기 시작했다.

2. 적극적이고 끈질긴 애정공세 끝에

내가 에버놋에 매일 썼던 편지
내가 에버놋에 매일 썼던 편지

쇠뿔도 단김에 빼는게 내 스타일인데 이렇게 강한 확신이 있는 상황에서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녀가 다니는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이핑계 저핑계로 Ride도 부탁하며 결국 만난지 열흘만에 편지와 만난이후 매일 썼던 글/기도노트와 시와 그림 등 내가 표현할 수 있는걸 최대한 표현해서 돌직구를 날렸다. 날리기 직전에 본능적으로 (아니 꽤나 obvious 하게) 그녀가 아주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며 잘 안될것을 느꼈지만 뭐 될때 까지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녀 집 앞에서 사랑한다고 하며 고백한 나는 장열히(?)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단순히 부담스러운 것을 넘어서 다른 이유가 있다는 그녀의 말에 난 ‘아 내 직감이, 확신이 틀렸던 건가. ‘… 교회에서 계속 그녀를 봤지만 난 잠시동안 마음을 접어야 하는게 아닌가 많이 고민하고 번민했다.

좌절과 실의도 잠시, 한달쯤후에 다시또 연락과 대화가 시작되었고, 재정비하고 끈질긴 공세를 펼친 끝에 2013년 11월초, 만난지 거의 2달만에 우리는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쓰고 있었던 개인 블로그를 읽고 민경이 어머님이 내 팬(?)이 되셔서 많이 응원하고 영향미쳐 주신게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럴려고 블로그 시작한건 아니지만 wow. Can’t comp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