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 두 가족이 하나되는 힐링의 시간들

우리가 함께한 가족여행은 아래와 같았다.

  • 1차 전체가족여행
    • 멤버: 장인/장모님, 엄마/아빠, 형/형수님, 나/민경
    • 일정: 결혼식전 1박2일
    • 장소: 타호
  • 2차 소규모 가족여행
    • 멤버: 엄마/아빠, 민경/나
    • 일정: 결혼식후 약 1주일
    • 장소: 얼바인, 샌디에고 등
  • (중간에 나, 형/형수님, 엄마/아빠 이렇게 샌프란시스코도 하루 다녀왔지만 그건 생략)

1. 가족여행 전 처음의 문제(struggle)

결혼식 준비하는 내게 개인적으로 내내 맘에 걸린게 있었다. 과연 우리 부모님, 특히 아버지가 어떻게 느끼실까 하는 점이었다. 전에 몇번 글에서 아버지의 욕심을 마치 신분상승, 더 좋은 집안에 아들 결혼시켜서 권력이나 명예나 돈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좀 오해의 여지가 있어서 추가 설명이 필요할거 같다. 아버지는 살면서 한번도 본인이 권력이나 돈에 특별히 더 욕심을 부리신 적은 없는 분이다. 나라를 생각하고 국가발전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은 종교 같은 것이다. 종교가 없는 아버지께 삶의 의미는 한국의 발전이고 그것에 일조하는 삶이었다. 아버지는 현대자동차, LG전자 같은 기업체에 무수히 다니면서 대한민국 경제기적을 몸소 체험하고 정말 어렵게 가난했던 삶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이끈 세대의 한 가운데에 계셔왔다. 본인삶을 통해 정말 노력했지만 본인보다 더 노력하는 주위사람, 아버지가 좋아했던 김영상 전 대통령, 친구 국회의원 등등에게 때로는 물질로, 그리고 언제나 마음으로 존경과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아들이 고시도 붙고 하자 아들에게 그 모든 기대와 소망을 쏟아부었다. 그런 아들이 공무원 그만두고 미국에 가서 백수가 되어서 불법체류상태에서 결혼해서 미국에 살것처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종종 화를 잘 내신다. 워낙에 힘든 환경에서 자라서 자기 방어처럼 항상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자기 탓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방어기제를 본능적으로 배우셨다고 본인이 말씀하셨다. 내가 자존감이 낮고 삶에 짜증이 나 있을때 작은 자극이나 일에도 엄청 화가 나고 곤두세워져 있는걸 경험해보자 우리 아버지가 “자존감” 이 낮아서 화가 난다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 아버지는 본인 삶 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중요한게 아니라 나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거 같다. 그래서 그냥 이 결혼식 상황 자체가 아버지가 보시기에는 마음에 안드는 구석이 분명히 있었으리라. 그게 난 걱정됐다.

2. 장인 장모님께 정말 감사했던 1차 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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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3288아니나 다를까, 아버지는 장인장모님의 “아이고, 산이가 정말 너무 볼수록 더 훌륭한거 같아요. 이런점도 있고 저런점도 있고.” 이런 칭찬에 “무슨요, 저희가 훨씬 복받았죠. 민경이 같은 며느리를 보게된게 정말 영광입니다.” 이렇게 답변하지는 못할망정 “허허, 네 우리 아들이 원래 전부터 많이 특출났습니다.” 이런 답변을 하며 나의 손발이 저리게 만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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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은 승부 앞에선 갑자기 돌변한다…긴장감

그런 우리 가족을 정말 섬긴다는, serving 한다는 그 마음으로 섬겨주셨다. 많이 감사했고 한없이 커보였다. 우리 아버님이 우리 어머님이…아버님은 특유의 아무 권위없는 재밌는 영화가 뭐고 재밌는 프로그램이 뭐고 맛있는게 뭐고 그러면서 끊임없이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셨다. 어머님은 엄청난 완벽주의자 답게 우리엄마의 말 한마디 표현 하나하나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가 무조건 맞춰주고 대응해주셨다. 결혼식 몇달전부터 준비한 양가 부모님이 함께 간 여행도 장인장모님 작품이었다. 아버님이 예약 다하고 계획 다 세우시고 그래서 같이 갔다. 가며 오며 대화하고, 사진 찍고 밥해먹고, 심지어 카드놀이도 하면서 우리는 점차 그 모든 욕심과 다른 중요한 것들 잊고 그 시간을 즐기며 한 가족이 되어갔다.

결혼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라고 하던가. 그렇다보니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맞는 선택을 하는건지, 내가/우리가족이 손해보는건 아닌지. 삶의 거의 모든게 계약이고 협상인데, 결혼은 어찌보면 두 집안끼리 가장 큰 계약 (deal)을 맺는걸로 생각될수도 있다. 인간관계가 으례 그렇듯 둘다 서로 손해본다고 생각해야 일이 될까말까 할수도 있다. 우리 아버지가 언뜻 생각할때 이 결혼이 최고의 선택이 아닌것으로 보였을수 있었듯이, 우리 처가집 장인장모님께도 나나 우리집안은 결코 최고의 사위나 결혼상대가 아니였다. 신앙이 생기고 알게 된 것은 크리스천들이 결혼에서 생각하는 첫번째 조건은 집안이 좋은것도, 외모도, 성격도, 능력도 아닌 “신앙” 이라는 것이다. 남자들이 소개팅하고 오면 “예뻐?” 이렇게 묻는것처럼 크리스천은 자식이 누구 만난다고 하면 “믿는 사람이니? 믿는 집안이니?” 이렇게 바로 물어본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집안과 나는 절대로 민경이네서 그려온 사돈과 사위는 아니었다. 난 완전 신앙이 막 생긴 초짜에 우리 부모님과 집안은 전혀 크리스천과 관련 없는 집안이니. 그래도 그런 내색 한번 하신적 없다. 정말 양반들이고 어른들이고 “크리스천” 이셨다. (To be fair to my parents, 우리 엄마 아빠도 참 잘하셨다 갈수록 더. 처음에 경계를 품던 아빠가 나중에 정신줄 놓고 노는 모습은 아래 더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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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네 식구와 여행한 것도 너무 좋았다. 형이랑 형수님이랑 많이 친해지고 알아갈 수 있었다. 차타고 오면서 이야기 참 많이했다. 형은 정말 배울게 많은 사람이다. 형수님도 참 대단한 사람이다. 우리 넷은 사실 너무 다르다. 서로 결혼생활하면서 힘들었던 거나 싸운 것도 나누고 놀리기도 해가며 조금씩 알아가고 가족이 되어 가는걸 느낄 수 있었다. 형이랑 넷이 이렇게 여행을 한다는게 너무 신기하고 새로웠다. 항상 일하면서 힘들게 열심히 사는 형네가 조금이나마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너무 보기좋았다.

3. 민경이와 넷이 간 가족여행 – 아버님의 힐링

민경이는 이 기간 내내 약 5일(?) 동안 3,000K 넘게 운전을 했다. 그리고 중간중간마다 우리 부모님을 나보다 극진히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더 들어드리고 더 맞장구 치고 더 즐겁게 해드리려고 그러고 그랬다. 정말 내 아내지만 볼수록 신기했다. 그래 당신은 우렁각시야.

어머니는 좋아서 울었다. 엄마가 얼마나 그간 많이 힘들었을지, 이런시간을 바래왔었는지 저으기 느껴졌다. 가족여행답게 가족여행 그렇게 한번을 가고싶어했는데. 참 좋았다.

img_4557 img_3487아버지는 정말 많이 변했다. 이런 표정을 본지 너무 오래됐다. 나중에 아빠가 한마디 하더라. 지난 십년간 너무 힘들고 정신없었고 별로 웃을 일이 없었다고…듣는데 가슴이 먹먹해지더라.

우리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이 시간이 우리 가족에겐 힐링의 시간이었다.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휴식이 필요했다. 앞으로 나가기만, 더 나은 미래와 더 멋지고 의미있는 삶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힘들어 왔는데, 항상 안간힘을 써가며 살았는데, 잠시 그냥 탁 놓고 즐겨본 시간이 아니었을까. 양가에서 서로 욕심을 내세우다 보면 결혼은 곧 지옥이 될 수 있는것 같다. 우리 아들이 어떤 아들인데, 우리 딸이 어떤 딸인데… 우리 아빠는 분명 조금 그런생각을 하고 경계심을 품고 왔다가 완전히 풀어지고 즐기셨다. 하나님이 바라는 결혼식의 모습, 결혼해서 양가가 하나되는 모습이 이런게 아닐까. 그냥 즐기고 춤추고 노래하고 놀라고. 기뻐하라고. 아들도 며느리도 돈한푼 없는 백수였지만 그럼 어떤가. 우리에게 걱정하려면 걱정할건 너무 많았지만 우리는 행복했고 우리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키웠다. 결혼을 하면서 가족끼리 하나되는 시간을, 부데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건 정말 큰 축복이었다. 민경이와 장인장모님께 임한 하나님의 사랑이 나와 우리 부모님께 서서히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랑과 축복이 통로가 열리고 강물이 흐르듯 흐르는 느낌이었다. 그래 살다보면 물이 막히기도 하고 역류도 하고 수많은 일이 다 있겠지. 그러나 이 순간들 만큼은 못잊을것 같다. 마지막에 헤어지기 전에 노래방하면서 아버지가 덩실덩실 춤추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부족한 아들의 선택을 믿어주고 행복하게 함께해준 우리 부모님을, 그리고 우리 아빠의 태어나 첨보는 춤사위를 이끌어내준 내 우렁각시 민경이를 너무너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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