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평생에 걸쳐 사랑할 사람과 당분간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는 때의 이야기 – 남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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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이 밝았다. 사귀기 시작한지 약 2~3개월이 지나는 시점이었다. 이 기간동안 우리는 거의 매일같이 기도하고 저녁때 만나며 많은 나눔을 가졌다. 서로에 대해 많이 알아갈 수 있는 정말 필요한 시기였지만 모든게 좋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나는 계속해서 취업에 실패하고 어려움을 겪으며 나대로 힘들었고, 민경이는 눈치없고 너무나 거칠것 없는 B형 막내 남자를 만나서 이일 저일, 이말 저말에 상처입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몇주는 거의 같이 살다시피 아침저녁으로 붙어지내다 보니 조금 다투기도 하고 오해도 생겼다. 그러던 차에 결국 LA에 있는 라인으로 내가 내려오게 되고, 몇개 안되는 suit case와 세간살이를 민경이 차에 싣고 이사를 오면서 우리는 잠깐동안의 long distance relationship 의 시기를 맞게 되었다.
언제 또 아웅다웅 했냐는 듯이 떨어져 있게 되자 더욱 애틋하고 더욱 그립더라. 특히 첫 2주는 직장 적응하고 새 집 세팅하고 한다고 못보다가 첫 2주치 월급타고 나는 주말에 민경이 집으로 날라갔다. 그리고 그 주 주말에 난 미뤄왔던 약식 프로포즈를 하게된다. 사실 나의 결혼에 대한 마음은 거의 만나기 시작하면서부터 내비쳤었고 40일 기도, 민경이 부모님과의 시간들, 서로 나눴던 글이나 말들 속에서 서로의 마음은 이미 어느정도 확인이 된 상태였지만 아직 정식으로 “나랑 결혼해줄래” 라는 말을 꺼낸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또 한국과는 달리 꼭 engagement ring 으로 다이아 반지를 주면서 프로포즈 하는게 통상 common sense (한국으로 따지면 남자가 이런 저런 결혼준비를 하는 것이 여기선 그냥 약혼반지 하나로 거의 대표되는것 같다.) 인지라 남자인 나로서는 부담이 상당히 됐다. 어떻게 멋지게 프로포즈를 어디서 해야할지, 반지는 얼마나 하고 어디서 구하고 심지어는 손가락 사이즈가 뭔지. 이것저것 신경쓰다가는 말을 도저히 못꺼내겠다는 생각에 일단 반지도 없이 편지와 우리의 추억이 있는 곳에서의 저녁식사로 구색만 갖추고 말을 꺼냈다. 그래도 월급 타고 나니까 말할 용기가 더 나더라.

그리고 우린 한국에 계신 우리 부모님께 조만간 인사를 드린 후 날짜를 정하자며 당분간 주말 커플을 했다. 평일에는 감사노트로 서로의 삶을 나누고. 주말에는 거의 매주 주말 금요일에 샌프란으로 올라가고 일요일이면 내려오는 생활로 같이 있었다. 오히려 주중에는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주말에는 서로 더욱 애틋하게 나눌 수 있어서 더 소중했던 순간들이었다. 너무 놀라운 것은 주말에 내가 아무 에너지가 없이 그냥 잠만 잤다는 거다. 그만큼 이 기간동안 새로운 환경과 일에 적응하느라 피곤하고 지쳤었던거 같다. 정말 감사하게도 장인어른/장모님은 아직 결혼도 안한 예비사위를 주말이면 본인 집에서 머물게 해 줬고 토요일저녁이면 가족 다같이 맛있는 식사를 하며 나누고 일요일이면 얼린 밥과 국과 이것저것 싸주시며 극진히 챙겨주셨다. 이렇게 몇개월동안 그냥 장인어른네서 푹 늦잠자고 맛있는 밥 먹고 쉬다가는게 나의 주말이었다.
서로가 matured, self less individual 로서 준비하고 바로 서는 시간들. 이 기간 동안 남자로서, 예비 가장으로서 돈을 벌고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나로서는 하나의 숙제가 있었는데 그건 포르노를 끊는 거였다.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난 자라면서 정말 상당히 많고 다양한(?) 음란물을 접했고 나이 들어서도 한번씩 스트레스 받거나 머리를 비우고 싶으면 별다른 죄책감 없이 보곤 했다. 심지어는 결혼한 내 친구나 선배들도 결혼후에는 안볼거 같냐며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것 같다. 그러나 내가 존경해 마지 않았던 몰몬교 친구로부터 “산아, 정말 친구로서 이야기하는데 포르노는 독과 같아. 그건 니 뇌와 니 무의식에 스며들어거야. 그래서 잠재의식에 있다가 와이프와 성관계를 방해할거야. 이상한 환타지가 아내와의 성생활에서 충분한 만족을 못느끼게 방해할거야. 그러다가 다른 유혹에 흔들리고 외도하는 사람들 너무 많이 봤어 나. 독 이야 그거. 끊어버려. 할 수 있어. 내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라는 말을 듣고 나서 정말 끊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그간의 소장품 (?)을 모조리 지워버리고 최대한 자제해 왔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머리아픈 날이면 밤에 집에 와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군것질하고 삐뚤어 지고 싶듯 강하게 끌리는 날들이 있었다. 지금은 결혼하고 말끔히 (?) 끊은 생활을 하고 있지만 정말 방심은 금물. 이 기간동안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나로서는 쉽지않은 숙제였고 노력해왔다.
이것 말고도 우리는 같이 다양한 결혼 예비 준비를 했다. 대표적인 것들로 아래를 소개하고 싶다. 정식으로 교회나 기타 기관에서 하는 예비 학교를 듣지는 못했지만 관련 책 보고 나눈 것, 한번씩 목사님/전도사님과 상담한 것, 그리고 많은 선배 결혼한 부부들과 나누고 아래와 같은 크고 작은 공부/나눔을 한 것이 나중에 결혼생활 하는데 정말 큰 자산이 되었다.
- Real Marriage 를 보고 나눈 것: 남자의 역할, 여자의 역할, 부부싸움 잘하는 방법, 성 문제, 부부사이 우정의 중요성, 서로의 과거를 돌아보기 같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서로의 생각 나누고 관점 정리하기 – 책도 있고 영상도 있다. 정말 추천
- 한국 방문해서 찍은 사진들: 우린 5월달에 주말을 껴서 잠깐 한국을 방문해서 부모님께 민경이를 소개하고 11월로 결혼 날짜를 잡았다. 비오는 청계천부터 63빌딩 커피까지 소소한 데이트가 즐거웠던 시간들
- 민경이가 써준 편지들 – 힘들때마다 너무나 큰 힘이 되준 민경이의 편지들. 여자들 명심하시라 남자들은 (적어도 저는) 강아지랑 크게 다르지 않아서 쓰다듬어 주고 세워주고 칭찬해주면 그냥 신이 나는 단순한 동물
- 내가 바라본 우리가족 –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서 꽤 쉽지 않은 이야기까지 나누어 본 글들. 내가 잠재적으로 갖고 있는 아버지상 어머니상 남편상 아내상을 알 수 있고 나눌 수 있어서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 매일같이 쓰고 나눈 감사노트 – 전화/채팅보다 훨씬 깊이있는 대화가 가능하고 이메일보다 훨씬 consistent한 대화가 가능. 말은 안했어도 업데이트 되있으면 그게 얼마나 큰 힘이 되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