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대화2 – 남자이야기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평생에 걸쳐 사랑할 사람을 처음 만나고 감격에 겨워 본인 아버지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아버지와의 대화, 그리고 그걸 본 어머니의 편지 – 남자 이야기.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난 사귄지 이틀만에 형 결혼식에 참여하려고 한국에 갔다. 그리고 부모님부터 친척들한테까지 “나는 운명의 여자와 만났다. 이 여자와 결혼하겠다. 쓰잘데기 없는 소개팅 그런거 절대 안한다. 그리고 이 여자는 이렇게 이렇게 운명적이고 대단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확인받으려 하고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서 이 좋은 소식을 부모님과도 나누고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고 인정받고 싶었다.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다. 사귄지 이틀이 됐건 사흘이 됐건 나에겐 이미 너무나 확실했으니까.

부모님, 특히 아버지는 조금 당황스러워 하셨다. 그간 승승장구하며 아버지의 큰 자랑거리이던 작은아들이, 잘 다니던 공무원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에서 실업자가 되더니 만난지 일주일도 안된 미국에 이민간 여자랑 결혼하겠다고 모든게 확실하다고 달려드는 (?) 상황이니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었지만. 허허. 한국에 있는 2주동안 아버지와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밥먹으며, 아침에 같이 산책하고 목욕탕 가면서, 목욕탕 온탕 안에서 두런두런 나누면서 마치 싸움하고 화해하는 부부처럼 시간을 보냈다. 우리에겐 필요한 시간이었다. 서로 감정이 조금은 다쳐 있었다. 나보다는 아버지마음이 더 다쳐 있었고 난 그거에 놀라서 또 내가 하고 싶은 얘기 돌직구로 막 날렸다.

이번 글은 어떤 면에서는 내 개인 블로그에 썼던 아버지와의 대화1 의 후속편이다. 거기도 썼지만 미리 우리 아버지를 조금 설명하고 변호(?)하자면 정말 가진거 하나 없는 환경에서 노력과 의지만으로 나름 자수성가 하신 분이다. 그리고 정말 말도안되는 환경에서 자라면서 상처가 많으신 분이다. 그래서 성공, 더 큰 사회적 지위와 사회에의 영향, 국가에 봉사 이런데 대해 누구보다도 강한 신앙심(?) 의지 욕심 갈망 목마름 향수 이런걸 가지고 계신다. 그리고 너무 단순하고 일관적이고 처음엔 이렇게 욕심부리고 하다가도 자기편이 되면 끊임없이 잘해주고, 무엇보다도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고 아들을 인정. 존중하면서 결국 져주고 위해줄줄 아는 정말 훌륭한 분이다. I can’t blame him at all for this. I love him so much and can totally understand him.

아버지의 이런 근본적인 갈증과 특히 결혼에 대한 조금의 덜 채워지는 마음(?) 이 상당히 치유되기 전까진 이 일이 있었던 2013년 11월 말이후 거의 1년이 걸렸다. (그리고 어떤 부분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 글을 share 하는건 나보다도 다른 가족 구성원들 – 민경이, 아버지, 어머니, 장인/장모님 – 께 부담되는 일이지만 그걸 허락해준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말씀 드린다. 그리고 이 과정을 겪으면서 이제는 조만간 부모가 될 꿈을 꾸는 입장에서 우리 아버지를 내 아버지가 아닌 하나의 부모로서 보고 느끼게 되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에는 본인 뜻을 굽히고 아들의 뜻을 존중하는것 even if he himself still not convinced… 과연 나는 이런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반문하게 되는 부분이다.


아버지와의 대화, 두번째 이야기

1. Loving – 결혼/사랑 – 아버지는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서 조금더 신중했으면, 아들은 빨리 인정받고 싶은 마음.  

아빠: 아들아 다 좋은데, 여자가 얼마나 중요한데 결혼이 얼마나 중요한데. 여자의 심성 이런거와 같이 여자의 배경, 역량, 어떤일을 같이 할 수있는 서포트가 되는지 이런게 니가 큰일하는데 참 중요할 수 있으니 그런것도 꼭 생각해서 결혼상대를 골랐으면 한다. 나이들고 세월가고 보니 이런게 정말 보여 나도 너때는 몰랐는데. 결혼은 정말 중요한 결정이야. 주위에서 소개받아보라는 사람도 한번 만나는 보고 조금더 신중하게 생각해보는게 어떻니.

아들: 아빠. 나도 전에는 그런게 보였어. 그런게 중요한줄 알았고 거기에 상당히 distract됐지. 하지만 이젠 안그래. 난 그 사람만 볼 자신있고 그렇게 하고 있어. 평생같이 살 사람이잖아. 난 이제 어떤 사람을 내가 사랑하고 싶은지 알겠어. 또 어떤 사람이 나같이 부족한 사람도 참아줄지도…그래서 바로 안거 같아. 난 이 여자랑 할거야. 이렇게 마음이 따뜻하고 심성이 고운 친구가 어딨어. 이렇게 운명적인 느낌이 어딨어. 게임셋 Done deal 파더

아빠: 허허, 아들이 너무 자신이 차있네. 어떻게 말을 들을 생각을 안하네. 이렇게 확신에 찰수가 있을까. 허허허.

2. Doing – 진로 – 아버지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 눈에 보이는 커리어 빌딩을 이야기하고, 아들은 정신과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상주의적인 이야기를 하고. 

아빠: 큰일,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항상 마음에 품고 있으면 한다.

아들: 맞아 아빠. 근데 그게 내 최우선 가치는 않아. 난 애국심 정말 강하고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 하고 싶어. 근데 누누히 얘기했듯 내가 나답게 사는게, 내가 come alive 하는게 역설적으로 가장 세상에 보탬이 되는 길인거 알아.

아빠, 그리고 아들이 보는 대한민국에 진짜 필요한건 결코 멋진 관료도, 경제발전도 아닌 정신적인 부분이야. 내가 이야기하는건 신앙이나 영적인 가치를 이야기하는게 아니야. 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이야기가 하고 싶어. 전 세계 다양한 민족, 조직을 보면서 결국 winning 조직은 강한 Value, Pride, Trust같은 것으로 뭉쳐있는걸 볼 수 있었어. Mckinsey, Stanford, Jew, 이런 사람이나 조직의 공통점이야. Built to Last 란 책에도 잘 나와있지. 어떤 한 국가와 민족을 봤을때 나는 Public(정부)/Private(기업)/Sprit(사회의 정신, 사회적 문화) 이런걸로 나눠볼 수 있을거 같아. 정부의 역할은 경제안정, 국방, 통합정치 이런거고 기업의 역할은 이윤과 일자리 창출 등일테고, 그럼 개인과 사회의 역할은 정신을 바로세우는 SW적인 역할이 아닐까 해. 한국에 가장 필요한건 정말 모든걸 해결해줄 대통령도, 돈잘버는 기업가도 아닌 개개인의 의식 개혁이 아닐까. 왜 우리는 Pride 와 신뢰가 부족할까. 우리처럼 강한 아이덴티티 share하면서도 그 Korea 라는 Brand 에 대해 mixed feeling을가진 민족이 세계 어디에 또 있을까. 난 정신이 바로설 때 김구선생님이 이야기한 “가장 아름다운 나라” 가 될 수 있을거 같아. 이게 뜬구름잡는 소리같지만 난 믿어. 그리고 내 정신부터 바로 세워서, 그럴 수 있는 일 하고 삶 살아서 기여해보고 싶어.

아빠: 이야. 우리 아들의 생각이 정말 훌륭하다. 정말 핵심을 짚은것 같다…

3. Being – 삶의 가치 – 아버지는 신앙이 너무 우선시 되는것은 피했으면 하고 아들은 God 가 최 우선 순위라고 확신하고. 

아빠: 성공, 더 의미있는 일을 하는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봐라 산아. 얼마나 어렵고 힘든 사람이 우리 주위에나 대한민국에 많니. 넌 큰 역할 해야한단다. 신앙에 너무 빠져서 그게 모든거에 우선시되는 삶, 아빠는 정말 걱정이 되고 말리고 싶구나. 아빠도 겪어봤지만 그게 일정수준 이상을 넘어가면 모든거에 우선이 되버리거든…그럼 가족이고 뭐고 없는거야.

아들: 알아. 근데 내 삶의 우선순위는 God -> Family -> Country -> Others -> Myself 이렇게 잡아보고 싶어. 일단 신앙적으로 바로 서고, 내 가정을 꾸리는게 우선인거 같아. 바로 수신과 제가의 영역이야. 그러면 나라, 즉 치국 (난 다스릴 마음은 없고 섬길마음 뿐이지만) 그리고 남과 나를 더 아우를 수 있을거 같아. 그리고 아빠 아들이 누군데. 난 맹신자는 안되. 분명 나의 신앙은 더 단단하고 더 세상과 연결된 그런 신앙이 될 것을 믿어. 걱정하지마 아빠.

아빠: 아들이 진짜 변했구나. 진짜 훌륭해 진거 같다. 참 아빠가 기쁘고 감사하면서도 좀 놀랍고 조금은 멀게 느껴지네.

아들: 아빠 아들 변한거 신기하지? 나도 너무 신기하고 감사해. 이게 신앙의 힘이고 신앙의 증거가 아니면 뭐겠어. 계속잘 해볼게 아직 너무 부족해.

4. 상처와 치유 – 아들은 아버지의 상처가 너무 안타깝고, 아버지는 본인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 수 없는 것이라며 불치병 진단을 하고. 

아들: 아빠. 왜 아직도 그렇게 화를 내. 왜 나이 60이 넘어서 사람이 그렇게 곤두서 있어. 아빠 나 아빠 그런거 보면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워.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없을까? 아빠 아직 가슴깊은 곳에 상처가 있어 그런가봐. 그거 잘 어루만져 줘 보고 싶어.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아들이 너무 마음이 아파.

아빠: 아들아, 니가 몰라서 그렇지 아빠가 이런 심리치료를 삼십년동안 업으로 살았던 사람이야. 별의별 경우를 다 겪고 직접 인도해봤어. 그래서 아빠는 나 스스로의 증상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진단해. 니 말이 맞아. 근데 이거 치료 안되. 너무 깊이 있어서. 신앙은 위에 덧칠을 할 수는 있지만 아빠는 그것마저도 한번 칠했다가 덧난 케이스야. 어디 캠프가서 화를 꺼내고 상처를 치유하고 가족끼리 부둥켜 울고 이런거 해봤자 그때 그 상처가 희석되는 것일 뿐 결코 없어지진 못해.

아들: 아빠가 그렇게 잘 알고 스스로를 불치병으로 진단내리니 오히려 더 서글프네. 그 상처 속에서 본인 아들한텐 어쩜 이렇게 사랑만 줬는지 더 존경스럽고. 그래도 아빠. 난 포기못해. 내가 노력하고 기도하고 해볼게.

요새 이 생각이 너무 많이 든다. 아버지와 한참을 이야기했다. 누구에게나 있는 상처, 어떻게 감싸안고 치유해서 세상을 향한 사랑이 나오게 할 것인가. 결국엔 끄집어내서 살펴보고 안아주고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베풀때 치유되지 않을까. 아버지에게도 그런 일이 있기를 소망하고 기도한다.

5. 그리고 우리 둘의 나름의 화해와 합의

아버지왈 – 허허허. 하여튼 남말 부모말까지 안듣는거 하며 어찌 나랑 이렇게 닮았을까이. 그래…결국 결정은 니가 하는거다 아들아. 아빠는 조언을 하고 영향을 미치려 하고 아버지의 바람을 이야기하는 거지. 아빠는 아들이 아빠보다 더 훌륭하다고 더 멋진 결정을 할거라고 믿는 근본적인 믿음이 있어. 아들을 인격체로서 인정하고 존경하고. 그렇지만 아빠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고 이해되지 않는게 참 많이 있단다.

아들왈 – 허허허 말안듣는건 아빠아들이라 그렇다니까. 그러니 포기하시고 아들가는길 응원해줘. 그래줄거지? 아빠가 나 결정 결국 위해준다니 그건 너무 든든하고 존경스럽고 그래. 정말 대단한거 같아 아빠.

그렇게 목욕탕을 다녀오면서, 농장을 하시고 또 열심히 사시는 우리아버지와 나이 서른넘어서 될지 안될지 모르는 꿈과 이상 쫓는다고 자기 멋대로 살아보고 있는 작은아들은 나름 마음의 화해를 이뤘다. 결국 우리 둘은 서로 너무 사랑한다.

——

위 이야기를 보고 어머니가 1년전에 내게 보내준 편지

글 잘읽었어.
부자간의 진솔한대화라…
이글을 보며 너도 힘들었겠지만 아버지가 얼마나 인내심을 갖고 대응했는지 엄마는 맘이 짠하네~
새벽에 식탁에서 두런두런 나누는 부자간의 대화를 잠결에 들으며 맥을 깰까봐 나가지 못하고 그래도 우린 건강한가족이지하며,나름대로 저 두사람이 서로 상처를주며 상처받게 되지않기를…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조금 더 여유를가지고 서로를 이해해나가길 기도했단다.

산아!

너가 아부지한테 조금만 더 시간을 드리면 안될까?

그 정도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었으니 이제 시간이 해결해줄거라 믿어. 자기의 분신이 성공의길로,정말 말이 필요없이 알아서 자기관리 잘해나가며 누구보다 열심히 달리는 아들을 지켜보며 얼마나 뿌듯하게,자랑스러워하며 살아왔는지 니가 더 잘 알거야.

남 다른 성취욕구와 끝없는 갈증이 자식에대한 엄청난 기대와 무한한사랑으로 표출되고있는 아버지잖아?  그리고 너의 정신 밑바닥에도 아버지의 근본(열정,욕심,성공?)이 깔려있어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을지도 몰라. 암튼 내가 하고싶은얘기는 이렇게 살아온 아버지가 어떻게 한꺼번에 모든걸 내려놓을수가 있겠니? 좀더 생각하고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해.

엄만 언제나처럼 아들을 믿지요! 그렇지만 엄마도 아들이 최선을 선택하길바래. 물론 넌 최선이라 하겠지…

산아~ 엄마가 보는 아들은- 너무 순수하고 열정또한 대단해서,거기다 자신감까지 충만타보니 지금 짧은시간 동안의 느낌을 너무 크게 받아들이는거 같애. 절대 아들의느낌을 과소평가하는건 아냐 넌 맘속으로 그러겠지. 아들을 사랑한다며? 솔직히 아들의행복만을 생각한다면 뭐가 문제야? 사랑한다는데,간절히 원하고있는데… 날 좀 내버려둬,내인생에 간섭하고 작용하러 들지마요!

글쎄 니가 엄마만큼 살고 너의자식의 상대를 찾을때, 아님 그아이가 완전히 다른삶으로 가려고 할 때,그 때 쯤이면 우리가 조금 이해가 되려나? 어차피 자식이 부모를 완전 이해하긴 어렵겠지? 너무 빠른시간안에 해결하러 들지말고, 조금만 기다려줘라. 넌 답답하겠지만…

엄만 결국 아들편이야! 아들을 정말 많이 사랑하니까… 그러니 너무 서두르는 니가 안타까워 우리아들을 이렇게 가슴뛰게하는 그 아일 자연스럽게 우리도 사랑하고싶어.

글 괜찮네~ 한마디 한다는게 너무 길어졌네ㅎ 지금 힘든 너의삶속에 한줄기 빛을 봤는데… 답답한 부모가 맘을 몰라주네.

산아~

우리 좀만 같이 노력해보자. 안될게 뭐가 있겠니?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이잖아?

사랑한다~~*

-엄마가-

2 thoughts on “아버지와의 대화2 – 남자이야기

  1. 안녕하세요.
    예전에 형한테 메일보내서 진로상담드렸던 안진호라고 합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 좌절감을 느끼고 하루하루에서 채워지지않는 갈증을 느끼게될때가 많네요. 그래도 형 글을 읽으면서 깊이 공감하고, 의미없는 생각과 시간과 관계의 상처를 치유받고 희망을 얻고 갑니다. 어서 저도 형수님처럼 운명의짝을 만나길 고대하게되네요. 결혼축하드리고 앞으로도 항상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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